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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과학도 외면한 교회…그 끝은?” 본문
변화 없이는 쇠퇴뿐…가톨릭 교회는 어디로 가는가
성차별, 반지성주의, 고립…시대와 어긋난 교회의 위기
갈릴레오 갈릴레이. (출처: After Justus Suttermans, Portrait of Galileo Galilei, 1800~1900,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그래도 지구는 돈다…과학과 신앙의 충돌"
가톨릭 교회는 20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숱한 변화를 겪었지만, 유독 몇몇 문제에서는 완고한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여성 사제 안수 불허다. 2016년 교황 프란치스코조차 “여성은 영원히 사제가 될 수 없다”고 못 박으며 논쟁의 여지를 차단했다. 교회는 예수가 남성 사도만을 세웠다는 전통을 근거로 들지만, 이는 시대착오적 해석일 뿐이다. 개신교는 이미 여성 목사와 주교를 배출한 지 오래고, 가톨릭 내부 연구에서도 성경적으로 여성 서품을 금지할 근거는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4년 여성 사제 논의 자체를 금지해버렸다. 교회 운영의 중추를 담당하는 여성 신자들이 의사결정과 성직 진입에서 철저히 배제되는 현실은, 가톨릭 여성들에게 ‘2등 신자’라는 굴욕감을 안겨준다. 이들은 “교회의 여성 차별은 구시대적 성역할에 불과하다”고 분노한다. 인류 절반을 배제하는 구조가 과연 정의롭고 신성하다고 할 수 있는가?
이와 함께 가톨릭 교회의 과학에 대한 태도 또한 비판받아 마땅하다. 갈릴레오를 지동설 주장으로 이단시하고 가택 연금한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다. 교황청이 그 오류를 공식 인정하기까지 무려 359년이 걸렸다. 진화론 수용도 마찬가지였다. 다윈 이후 진화론은 과학의 정설이 되었지만, 교회는 이를 오래도록 외면했고, “인간의 영혼은 신이 직접 창조했다”는 조건을 달아 과학적 합의를 회피했다. 일부 고위 성직자들은 지적 설계론을 지지하며 과학계를 당혹케 하기도 했다.
교회는 진실 앞에 겸허하기보다, 교리를 고수하며 반지성주의적 태도를 보였다. 과학적 증거보다 신학적 권위를 앞세우는 이런 자세는 현대인의 이성과 충돌하며 교회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킨다. 특히 젊은 세대는 종교보다 과학에 신뢰를 두는 경향이 강하다. 교회가 계속해서 과학과 충돌한다면, 미래 세대의 이탈은 피할 수 없다.
결국 여성 문제, 과학 문제 모두에서 드러나는 공통점은 바로 “변화에 대한 거부”다. 교회는 여전히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시대의 요구에 눈감고 귀를 닫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자명하다. 유럽과 북미 등지에서 가톨릭 신자는 빠르게 줄고 있고, 교회는 도덕적 권위조차 상실하고 있다. 신자들은 이제 교회의 가르침을 선별적으로 수용하며, 교회가 더는 삶의 중심이 되지 않고 있다.
이 쇠퇴는 외부 요인 탓이 아니다. 변화와 성찰을 거부한 교회 스스로의 선택이 낳은 결과다. 과거의 유산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고착시킨 채, 어떤 비판도 수용하지 않는 권위주의적 태도는 교회를 더욱 경직된 조직으로 만들었다. 내부 개혁을 요구하는 신자들조차 “지금 모습의 교회라면 차라리 사라지는 편이 낫다”고 탄식한다.
가톨릭 교회는 지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변화를 받아들여 시대와 호흡할 것인가, 아니면 고립 속에 자멸의 길을 걸을 것인가. 역사는 분명히 말한다. 변화 없는 조직은 도태될 뿐이다. 지금의 교회가 스스로 무덤을 파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과감한 쇄신에 나서야 한다.